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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 해서 이 냄새 나고 다 낡은 한 개의 신짝을 경솔히 다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허비는 왼팔에
진력(眞力)을 집중시켜서 홱 뿌렸다.한줄기 얼음장같이 싸늘한 장풍이 뻗쳐 나서 낡은 신짝을
저편으로 물리쳐 버렸다. 그와 동시에 허비의 두 눈동자에서는 날카로운 광채가 불길처럼 줄기
줄기 뻗쳐 났다. 주육화상이 어디다 몸을 숨기고 있는지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무시무시한 눈초
리였다.그러나 허비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.바로 이 순간에, 그의 등덜미에서 느닷없이 쌩쌩
하는 바람 소리가 맹렬히 들려 왔다.허비는 주육화상이 자기 등덜미에 나타난 줄만 알고 목청
이 터져라고 호통을 쳤다.”돼먹지 않은 화상 놈아! 함부로 까불지 마라!”홱 몸을 돌이키며, 그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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꼭같은 찰나에 단혼지 손가락으로 무작정 푹 찔렀다.그러나 주육화상의 솜씨도 기기 묘묘한 바
가 있었다.무예계 고수급 인물들 중에는 어떤 적수와 대결할 때 허실(虛實)쌍방의 수법을 동시
에 교묘하게 써서 상대방을 속여 넘기는 명수들이 많다고 하지만, 주육화상의 솜씨는 그중에
서도 보기 드물게 재치있는 것이었다.허비가 몸을 홱 돌이키며 손가락을 화살처럼 불쑥 뻗쳐
서 앞으로 푹 찔렀을 때, 찰싹하는 가벼운 음향이 들려올 뿐이었다. 허비의 지풍은 주육화상을
들이치지 못하고, 단지 한 장의 낙엽을 쏘아 버린 데에 불과했다. 낙엽 한 장이 즉각에 산산조
각으로 부서져서 사방으로 흐트러졌다.그제서야 일견사 허비는 주육화상의 속임수에 넘어갔
다는 사실을 확인했다. 또다시 몸을 돌이키려고 하는 순간, 이상하게도 넓적다리와 무릎사이
가 시큰시큰해짐을 느꼈다. 갑자기 두 다리가 비칠비칠, 맥이 탁 풀렸다.철썩 !요란스런 소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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빠지고 말았다.이때, 주육화상이 그의 등덜미에서 껄껄대고 호탕하게 웃어 젖히는 소리가 들
려 왔다.”와하하! 핫! 핫! 오줌 먹는 개새끼야! 그 꼬락서니가 정말 가관이다. 이 화상께서 네
놈에게 지어 주신 별명이 정말 걸작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겠지? 하하하‥‥‥‥”알고 보
면 주육화상은 굵다란 연기 기둥을 하늘로 뻗치고, 분명히 그 연기 속에 몸을 숨기고 있기는 했었
다. 그러나 연기 속에 숨어 있기만 한 게 아니라, 즉각에 두 짝의 낡은 신을 훌쩍 날려 보내서 허
비의 정신을 그쪽으로 분산시켜 버렸다. 또 그와 꼭같은 찰나에 날쌘 솜씨로 전신의 힘을 손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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로 다시 집중시켜서 한장의 낙엽을 허비의 등덜미로 뿌려 버린 것이었다.무술 재간이 대단치 않
은 사람으로서는 한 장의 낙엽이 움직이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도 없었을 것이고, 또 이런 속임
수에 넘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.그러나 허비는 무술 재간이 절정에 달해서 청각이 예민하기 비
길 데 없는 인물이었다. 적수와 대결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낙엽 한 장이 바스락대는 소리도, 꽃
한 송이가 떨어지는 소리도 분간해 낼 수 있는 예리한 청각의 소유자였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