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었다. 바람이 가지를 흔들흔들 달빛을 어지럽게 해놓으면, 그에 따라서 죽음 같은 고요함이 출렁대며 감돌고
있을 뿐이었다.늙은 부인은 대나무 의자에 앉자마자, 고개를 쳐들어 하늘에 떠도는 흰 구름만 바라보고 있
었다.초록빛 옷을 입은 계집종은 부인의 옆에 단정히 시립하였다.늙은 부인은 돌연 고개를 돌이키며 말했
다.”죽청(竹靑)아! 나가서 뜰문을 열어라! 아가씨가 돌아왔나 보구나.”계집종은 쌍긋 웃었다.”아가씨의 신
법(身法)이 점점 단단해지시는데요. 저의 귀에는 바스락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요.”늙은 부인은 담
담히 웃었다.”세심태사(洗心太師)의 경신술이란 무예계에서 따를 사람이 없으니까 아가씨도 그동안 배운
점이 많겠지. 어서 나가서 문을 열어라. 벌써 문밖에 와 서 있는 모양이다!”과연, 이때 벌써 문밖에서는 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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총 걸음을 걷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 왔다. 늙은 부인의 얼굴에는 갑자기 한줄기 이상한 기색이 스쳐나가다
가 금방 사라져 버렸다.초록빛 옷을 입은 계집종은 대나무 숲을 꿰뚫고 나갔다. 곧 이어 문을 여는 소리가
들렸다.대나무 숲속에서 한줄기 보랏빛 광채가 번쩍했다. 늙은 부인의 앞에 어느 틈엔지, 전신에 보랏빛
옷을 입은 아가씨가 우뚝 섰다.바로, 그날 낮에 진수(辰水) 강변에서 늙은 여승과 함께 있던 그 미모의
아가씨였다.늙은 부인의 두 눈동자는 한참 동안이나 보랏빛 옷을 입은 아가씨의 아래위를 더듬었다.
홀연 던지듯이 말했다.”운아야! 너, 그곳에 며칠 더 머물겠다고 하잖았니?”깔끔한 몸차림으로 오똑 서
는 보랏빛 의복의 아가씨는 이미 십팔 세의 처녀다. 그러면서도, 늙은 부인을 보자, 응석을 부리는 어린
아이같이 왈칵 부인의 품안에 안기면서 두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며 애교를 떨었다.”저는 어머니가 뵙
고 싶어서 돌아온 거예요.”늙은 부인은 자애로운 태도로 가볍게 아가씨를 껴안았다. 얼굴엔 반갑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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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쁜 미소가 가득 차 있었다.”계집애두 ! 어미만 보면 꼭 어린 아이가 돼 버리는구나.”보랏빛 의복을 입
은 아가씨는 가느다란 허리를 비비 꼬고 탐스러운 둔부를 두어 번 갸우뚱갸우뚱 흔들며 여전히 교태를
부렸다.”그럼, 영영 돌아오지 않을 테예요. 저만 보시면 어린 아이로 여기시니‥‥‥”늙은 부인은 웃
었다. 거만스러우면서도 명랑한 웃음이었다. 그러나 돌연, 정색을 하고 힐문을 하듯 물었다.”운아야!
우리 장(莊) 안에는 무슨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니냐?”미모의 아가씨는 천천히 늙은 부인의 품속에서
몸을 일으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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