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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, 한낱 대 가정의 규수로서 세상 밖을 모르다시피 자라난 몸이고 보니, 자신의 애정 문제

은 것을 입 밖에 내놓을 만한 용기가 없는 처녀였기 때문이다.세심신니는 두 아가씨들을 힐끔

힐끔 곁눈질해 보다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고 자운 아가씨에게 말했다.”얘! 우리 그만 돌

아가자. 이 아가씨가 걱정하고 근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. 무예계의 복잡한 사건들이 지나

가고 해결된 다음에, 이 스승이 너를 위해서 좋도록 알아서 해줄 것이니‥‥‥‥”자운 아가씨

는 두 볼이 새빨개지면서 못마땅하다는 기색이었다.”저‥‥‥ 저는‥‥‥ 스승님!”세심신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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는 매정스럽게 명령하듯 딱 잘라서 말했다.”이 스승이 말하는 게 잘못이란 말이냐? 어서 돌아

가자!”두 여자들이 초가집에서 나가 버리고 난 다음에, 유사고 아가씨는 넋을 잃고 멍청히 서

서 천장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. 마치 흙으로 빚어서 만든 사람같이, 돌로 깎아서 세워

놓은 사람같이.아가씨에게 실망은 너무나 빨리 닥쳐왔고,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.아가씨

는 머리 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.두 눈에서는 구슬 같은 눈물 방울이 쉴 새 없이 비 오듯 했다.

두 볼을 흠뻑 적시고 옷깃으로 주루룩 흘러 내렸다.천진 난만하고 순결한 처녀의 몸으로, 꽃

송이같이 아리따운 마음을 고스란히 한 남성에게 바쳤을 때, 그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화폭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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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었으랴! 그 화폭 위에는 한두 번이 아니라 수천 수만 번 순진한 처녀의 찬란한 꿈과 희망이

아롱졌을 것이 아닌가!그러나 삽시간에 돌연,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희망과 꿈의 화폭은 갈

가리 찢어지고 만 것이다.희망은 환멸로 변했다.그제서야 그것이 한낱 부질없는 꿈이었음을

깨달았다. 소세옥이 자기와 같이 지낸 그 짧은 동안에도, 언제나 그렇게 매정스럽고 차갑

게, 안타까운 자기의 심정을 모른 체하고 외면해 버린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.

‘알고 보니 그 청년의 마음속에는 좋아하는 아가씨가 따로 있었구나! 하나만이 아니라 둘

씩이나‥‥‥ 그리고 그 두 아가씨들은 재질이나 용모나 무술 실력이 나 같은 여자하고는

비교도 안 될 정도이니‥‥‥ 내 어찌 쓰라린 마음의 상처만을 받지 않을 수 있으랴.’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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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가씨는 다시 부상당한 스승의 모습을 새삼스럽게 바라다봤다.눈물이 또 샘솟듯 쉴 새 없

이 흘러 나왔다. 스승이 온갖 위험과 난관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것도 역시 자기자신의

평생에 관한 문제 때문이었다. 이제 와서는 은사(恩師)의 이런 고심도 노력도 수포로 돌

아가고 말았다. 자기 자신의 운명이 기구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지만, 스승에게까지 괴

로움을 끼치고 보람없는 결과가 되고 말았으니‥‥‥ 스승을 다시 대할 때의 부끄러움

은 어찌할 것인가?밤은 정밀(靜謐) 속에서 깊어만 갔다.상위에 놓여 있는 기름 등잔 불빛

이, 신세가 처량하게 된 한 가엾은 소녀의 그림자를 방바닥에 기다랗게 어른거리게 했다.

유사고 아가씨는 무의식중에 자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