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좋은 술이나 한 병마시게 해주면 어떨지?술집 이층에 앉아 있던 젊은 귀공자는 퍼뜩 머리 속을 스쳐
나가는 이상한 생각이 있었다.’흐음? 저 지저분한 옷차림을 한 화상은 반드시 무슨 곡절이 있는 인
물일 것이다!’그는 고개를 퍼뜩 돌이켜서는 등덜미에 서 있는 청의소동(靑衣小童)에게 나지막한 음
성으로 속삭이듯 뭣인지 몇 마디를 분부했다.청의소동은 경각을 지체치 않고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
가서 술집대문 밖으로 나서자마자, 큰 소리를 쳤다.”여봅쇼! 거기 가시는 스님! 약주나 한잔 드시고
가지 않으시렵니까?”남루한 옷차림의 화상은 히죽벌죽 웃었다.”히히히! 젊은 시주(施主)가 이 변
변치 못한 화상에게 술을 주겠다구?”청의소동이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.”네! 우리 도련님께서 술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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접을 해드리겠다고 하십니다!””우리 도련님이라니, 누구 말이오?””구문제독(九門提督) 왕 대인(王
大人)의 아드님이십니다!”화상은 술집 이층을 유심히 치올려다봤다. 시커먼 눈동자가 두리번두리
번 몇 번인지 빙빙 돌았다.딱 잡아떼는 대답이었다.”싫소! 싫어! 그런 술은 마시기 거북해서‥‥
‥‥”청의소동이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대뜸 물었다.”그건 무슨 까닭인가요? 왜 그러시나요?”
화상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. 몸을 돌리면서 또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. 목청을 있는 대로 뽑아서
제멋대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.이번에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뭣인가 의미 심장한 점이 있는
것같았다.원수래도 좋다!화가 나게 해도 좋다!나를 비웃는 놈들은제딴에는 저만이 총명한 줄
알지만이 세상의 총명하다는 놈들은또 다른 사람들에게조롱을 당하고 있는 줄 모르더라!화상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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은 노래를 그치자, 비칠비칠하는 걸음걸이로 앞을 향하고 발을 빨리 옮겨 놓았다. 눈 깜짝할 사
이에 한길 모퉁이를 저편으로 돌아가고 있었다.술집 이층에서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던 젊고 준
수하게 생긴 귀공자는 무엇에 찔린 사람처럼 두 눈을 크게 떴다.즉각에 음식값을 셈해 주고 허
둥지둥 날쌘 동작으로 이층에서 내려왔다. 화상을 빨리 쫓아가고 싶은 조급한 마음 때문에, 술집
대문 앞에서 느닷없이 달려드는 어떤 사람의 그림자와 맞부딪치고도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. 그
러나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홱 돌이켜 한 번 살펴보기는 했다.그 사람의 그림자는 번쩍하고 뒤로
물러나가 버리더니, 수많은 사람들 틈으로 뒷그림자마저 사라져 버리고 보이지 않았다.
젊은 귀공자는 깜짝 놀랐다. 그러나 그 사람의 그림자를 즉각에 뒤쫓아 갈 생각은 없었다.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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로 이때, 무수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틈에서 누군지 거만스럽게 냉소를 터뜨리는 소리 들
려 왔다. 그 냉소 소리는 음침맞고 징글맞기 이를 데 없었다.”흐흐흐!”이 젊은 귀공자는 다
사람이 아니라 바로 소세옥이었다.뜻밖에도,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재빨리 날리려다가 도리
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으나, 자기의 정쳬를 알아차린 모양이 되었으니, 이건 소세옥으
로는 너무나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.그는 애당초부터 어떤 인물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
니었다. 단지, 아직도 허다한 사건들이 뚜렷이 밝혀져 있지 않은 채로 있기 때문에, 역시 왕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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