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터 강주 아가씨와 대면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. 나뭇가지가 얽히고설킨 잡초 속에 깊숙이 숨어 있
는 자기 자신을, 이렇게도 재빨리 계집종 비운이 알아내리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. 이제는 어
쩔 도리가 없었다. 엉클어진 나뭇가지를 헤치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수밖에.비운이 연방 입을
쫑긋쫑긋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. 연거푸 소리를 질렀다.”이봐요! 도련님! 정말 딱하세요! 어
쩌자구 이런 의복을 몸에 걸치고 계신다죠?”비운이 자초 지종 경위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
하는 말임을 소세옥은 잘 알고 있었다.어색하고 쑥스런 표정을 하고 소리 없이 씽긋 웃는 수밖에
없었다. 그러고 나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긴 한숨을 땅이 꺼질 것같이 내쉬었다. 극도로 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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로운 심정을 뭣이라고 표현할 말도 없었다. 여태까지 마음속에 간직해 두었던 괴로움이 막상 강주
아가씨의 얼굴을 정면으로 대하게 되니 더한층 참기 어려운 불안으로 변했다. 넋이라고는 찾아볼
수 없는, 나무로 깎아서 만든 장승처럼 멍청히 서서 한 마디도 말을 하지 못했다.강주 아가씨도 눈
치 빠르기로 남 못잖은 소녀였다.한눈에 소세옥의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. 초
조한 심정으로 성급히 물었다.”오빠! 어디 다치기라도 하셨나요?”소세옥은 천천히 고개를 쳐들
었다. 강주 아가씨와 시선이 마주쳤다.준엄한 말투였다.”나는 괴상 망측한 극약에 중독이 된 몸
이야! 나를 구출할 만한 아무런 약도 없을 테니 제발 내 몸에 접근하지 말아 줘!”강주 아가씨는
대경 실색했다.”중독이라뇨? 무슨 극약에?”소세옥은 한숨만 길게 내쉬고 고개를 옆으로 흔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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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.강주 아가씨는 평소에 하루도 빠짐없이 소세옥과 행동을 같이
해온 사문의 남매들이었다.이런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잠자코 있을 리 없었다. 강주 아
가씨는 단숨에 훌쩍 몸을 날려 소세옥의 바로 옆에 섰다. 초조, 경악, 당황‥‥‥ 아가씨의 얼
굴빛은 핼쑥하게 변해서 보기에 가엾을 지경이었다.”천하에 해독제가 없는 극약이나 독약이란
있을 수 없어요! 빨리 말해 주세요! 우리 신영궁의 용호단(龍虎丹)은 바로 이런 극약이나 독
약의 중독을 치료하는 성약(聖藥)인데, 해독제가 없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예요!”소세옥은
강주 아가씨의 초조하고 당황한 표정을 묵묵히 노려보고 있었다. 내심 부끄러움을 금할 길
이 없었다.’나는 이미 강주의 사랑을 받아들일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! 이제 와서 자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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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종 경위를 자세히 이야기해 주기는 어렵다. 첫째로는 차마 나의 입이 열려지지 않고, 둘
째로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면 강주의 괴로움은 더한층 커질 것이다! 차라리 강주에게 미
움을 받는 편이 낫겠다! 미워하다 못하면 강주는 나를 잊어버리겠지! 강주는 진정으로 자
기 혼자만의 소유가 될 수 있는 애정을 가져야 할 자격이 있는 아가씨다! 그러고 나는‥‥
‥? 응당 매약화 누이를 찾아가야지 ! 우리는 같이 살다가 같이 죽어야만 마땅한 몸이니까‥
